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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중앙선데이] 빚 59조 짊어진 청년은 실신세대 - 2018/11/32020-01-02 13:02
작성자 Level 10

빚 59조 짊어진 청년은 실신세대 … 100만원 꾸려다 5000만원 수렁에

[중앙선데이] 입력 2018.11.03 00:02 수정 2018.11.03 09:00

[양선희의 컨템포러리] 청년 빚 눈덩이 

 
청년들은 3포·5포·7포를 넘어 이젠 ‘1포 세대’로 수렴된다고 자조한다. 포기해야 하는 한 가지는 ‘이번 생’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실신(실업+신용불량)세대’라 부른다. ‘청년 실업, 청년 빈곤, 청년 빚’에 발목 잡힌 그들의 현실을 빚댄 말이다. 특히 청년 빚은 가장 시급한 문제다. 청년 빚 59조원. 청년 5명 중 한 명은 대출 경험이 있고, 파산과 회생을 신청하는 청년들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청년 빚은 몇몇 청년의 개인 문제를 넘어선 사회구조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젠 청년 빚을 사회 문제로 보고 사회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청년을 빚쟁이로 내모는 이 시대를 탐구한다.

 
[탐구 1] 청년들 어떻게 빚쟁이 되나
생활비·학자금 쪼들려 급전 찾아
휴대폰 여러 대 개통 ‘내구제 대출’
브로커 26% 고리 알선 ‘작업 대출’  
덤터기 따지자 납치·감금도 당해
20대 가구주 평균 2385만원 빚
 
생활비 100만원은 못 구해도 1000만원 빚쟁이가 되는 건 매우 쉬운 나라가 있다. 우리나라 얘기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빚쟁이유니온 등 청년 빚 상담을 하는 시민단체에는 소액의 생활비가 부족해 급전을 구하려다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는 사연이 무수히 올라와 있다. 청년이 빚쟁이가 되는 전형적인 경우는 이렇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 전형 1 : 생활비가 필요하다. 주변엔 빌려줄 사람도 없고, 신용도 없으니 은행은 언감생심이다. 인터넷에서 ‘급전’구하는 법을 검색한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지천으로 검색된다.  
 
하나는 휴대전화를 여러 대 개통해 유심칩을 빼고 공기계를 파는 방법. 5~6대를 개통하면 브로커들이 기계를 사주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300만~400만원은 마련할 수 있다. 매달 날아오는 휴대전화 이용 요금만 수십만원대지만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통신사 영업점이 눈 감고 브로커가 작업을 하지만 불법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방법을 청년들은 ‘내가 나를 구제한다’는 뜻으로 ‘내구제 대출’이라고 부른다. 요즘은 정수기 등 각종 렌털 생활용품들도 가세했다. 이렇게 빚이 쌓이면 더 큰 돈이 필요해진다.  
 
그 다음으로 손대는 것이 일명 ‘원라인 대출’ 혹은 ‘작업 대출’이다. 브로커들이 가짜 재직증명서 등을 만들어주고 저축은행에서 이율 24~26%대의 대출을 알선한다. 범법행위다. 청년 자신이 사문서 위조, 사기죄 등의 공범이 되는 것이다. 2000만~3000만원대를 빌리면 절반 이상을 브로커가 가져간다. 100만원이 필요했던 청년은 이렇게 금세 4000만~5000만원의 빚쟁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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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 2 : 학자금 대출의 덫이다. 대학 졸업 후 취업해도 수입은 적고 학자금 대출 상환과 생활비까지 마련해야 하므로 늘 쪼들린다. 취업하면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으므로 일단 여러 개의 카드로 막기 시작한다. 그러다 돌려 막기도 한계에 달하면 신용 대출을 받고, 그러다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으려고 저축은행·대부업체 등을 찾는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전형적 사례도 현실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19세 청년 A군은 휴대전화 내구제 대출로 500만원을 마련한 뒤 나중에 휴대전화를 사준 브로커 일당에게 납치를 당하기도 했다. 브로커들은 내구제 대출 당시 알아낸 A군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금융정보를 캐내고, 추가로 휴대전화 깡을 하고, 추가 대출을 받는 등 A군에게 수천만원대의 덤터기를 씌웠다. A군은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납치·감금·협박 등을 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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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의 회사원 B씨는 취업한 지 1년 만에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을 갚는 과정에서 카드사·은행·저축은행·대부업체·사채 등 채권자만 60개에 달하는 빚쟁이가 돼 결국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B씨를 상담한 청년 빚 상담기관 담당자는 “빚 독촉에 돈을 갚으려고 노력하는 순응적이고 착한 청년일수록 빚으로 빚을 막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의 늪에 빠지는 일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청년 부채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현황은 통계청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30세 미만 청년 가구주의 평균 부채 규모는 2012년 1283만원에서 지난해엔 2385만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부채 규모 대비 청년 가구주 부채 규모의 비율은 23.5%에서 34%로 커졌다. 청년 빚의 근원으로 꼽히는 학자금 대출은 2010년 2조8673만원에서 2016년 1조9809만원으로 줄었다. 2012년 국가장학금제도가 도입되면서다. 그러나 연체금 잔액 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빚은 늘고 쓸 수 있는 소득은 줄면서 청년들은 소비를 줄이고 있다. 2013년 2299만원이었던 청년가구 소비 규모는 2016년엔 1869만원에 그쳤다.  
 
2011~2016
년 청년가구의 품목별 소비증감률을 보면 교육(10%), 문화(3.1%), 주거(2.3%) 소비 규모가 다소 늘었을 뿐 식료품·의류·가정용품 등 생활 소비는 1.8~7.2%씩 하락했다.
 

청년들 파산·회생 ‘중환자실’ 가기 전 돈 빌릴 곳이 없다 

[탐구 2] 청년 빚 권하는 사회

신용등급 없어 은행 문턱 못 넘고
소득분위로 따져 지원 소외 심화
돈 필요할 때 조달 사실상 불가능
 
이번 취재 중 한 대학생은 서울 성동구에서 실시하는 ‘현역병 문화체육활동비 지원사업’ 관련 뉴스 링크를 문자로 보내줬다.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의 현역병에게 연 1회 5만원의 문화활동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링크 아래에 “구에서 청년에게 5만원 지원하는 사업조차도 소득분위를 기준으로 합니다”라는 문자를 달았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모든 금융 혹은 지원 활동이 소득분위로만 평가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 뒤 보내온 문자였다.
  
“소득분위란 부모님의 소득입니다. 집안마다 사정이 다 달라 부모님 소득이 중위소득 이상이어도 자식에게 줄 돈이 없는 집도 있고, 부모님과 사이가 나빠 지원을 못 받는 경우도 있어요. 각자 사정이 다릅니다. 그런데 대학생의 자금 조달 능력을 부모님에게 편입시키는 일방적인 제도 때문에 오히려 소득분위가 지원 대상에서 벗어난 학생들은 장학금 신청도 어렵고, 구청에서 알선하는 일자리에도 지원하지 못해 돈을 마련할 곳이 없습니다.”
  
우리는 ‘등급 사회’다. 소득분위·신용등급 등 촘촘하게 짜인 개인의 등급에 따라 금융 조달, 정책 지원사업 등의 대상이 결정된다. 운영기관들은 이 등급을 매우 경직된 기준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등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 일명 ‘신용 소외층’은 아예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
 
청년들이 ‘내구제’니 ‘작업 대출’이니로 내몰리는 것도 그들이 신용등급이 없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은 이미 시민사회에서 널리 공감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없으면 낮은 금리로 돈을 조달할 수 있는 은행권 대출은 안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청년층의 ‘신용소외’ 현상엔 그들의 잘못이 없다는 점이다. 신용등급은 과거 금융거래 실적으로 평가되는데 청년들은 이 거래 실적이 없기 때문에 판단할 근거 자료가 없어 좋은 등급을 부여받지 못한다. 우리 제도권 금융은 이들 ‘신참자’를 포용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서민금융 정책도 신참자인 청년에겐 불리하다. 최근 광주드림은행 토론회에서 발제한 김희철 서민금융연구원 수석부원장은 “우리나라 서민금융 정책에는 중증 환자를 위한 응급실이나 호스피스 병동만 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나라 서민금융을 위한 정책은 대부분은 문제가 발생한 뒤 사후처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됐거나 될 위기에서 작동하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워크아웃제도나 법원 파산 및 회생제도가 빚쟁이 청년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단계다. 햇살론이나 미소금융 등 공적 지원을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 크레딧 기관들도 있지만 대부분 창업자금 대출이어서 생활자금이 필요한 청년들은 이용하기 어렵다.  
 
최근 주빌리은행·광주청년드림은행 등 지방자체단체와 시민단체들이 함께 벌이는 청년 부채 조정 및 탕감을 통한 신용 회복 프로그램 역시 이미 빚 때문에 고통 받고 마지막으로 갈 수 있는 중환자실 처방이다. 물론 이런 활동을 통해 막다른 길에 몰린 청년을 일부 구제하고, 불법금융 사례를 발굴하는 등의 성과도 있다. 그러나 청년들이 돈이 필요할 때 돈을 조달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정책은 거의 전무하다.
 
 
인터넷에서 ‘급전’을 검색하면 새까맣게 올라왔던 ‘작업 대출’광고가 최근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반 사이트에선 검색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꿈쩍도 않던 이런 불법대출 온라인 광고를 내린 것은 ‘청년 빚 문제 해결을 위한 네트워크’(청빚넷)의 시위와 규탄 영향이다. 청년 빚과 관련된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청빚넷은 올해 금융감독원에 불법 대출 온라인 광고 중단을 요구하며 금감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내구제 대출’과 ‘작업 대출’ 문제를 의제로 끌어냈다.

 

포털 ‘급전’ 광고 없애고 은행도 세웠지만, 시민 힘만으론 한계

[탐구 3] 청년 빚 시민단체 활동
꿈쩍않던 네이버 ‘작업 대출’ 광고
청빚넷이 나서서 시위하자 규제
청년은행 수익 구조 어려워 정체
 
이 시위를 이끈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한영섭 내지갑연구소장은 “포털업체 등을 상대로 광고를 내려 달라고도 해 보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는데 금감원을 규탄하면서 요구하자 광고가 내려갔다”며 “국가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그동안 이런 불법광고를 묵인한 금융당국의 무신경이 놀라웠다”고 했다.
  
청년 빚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데에는 시민운동의 공이 컸다. 청년 빚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킨 것은 2010년 청년노동운동으로 시작한 ‘청년유니온’이었다. 청년에겐 노동 문제보다 빚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것이다. 청년유니온 측 관계자들이 나와 2년 후 급전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300만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주는 자조은행 ‘청년은행 토닥’을 개설하고, 이듬해에는 교육상담기관인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를 열어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당사자들이 돈을 모아 신용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자조은행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한양대 학생들이 설립한 키다리은행에선 30만원까지 자율이자로 빌려주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자조은행들의 활동은 정체된 상태다. 토닥의 초대위원장이었던 조금득 청년신협추진위원장은 “구성원의 신뢰와 협동을 바탕으로 하는 관계금융 형태의 자조금융은 당초 뜻을 같이한 조합원들의 초기 자금 외에 자본을 늘리거나 수익 구조를 만들기 어려워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키다리은행 김동환 이사는 “은행이 3년째 되면서 초기 설립자들이 졸업한 후 당초의 신념이나 의지 등을 공유하기 어렵고, 수익성이 없다 보니 상근자도 없고, 출자금도 답보 상태여서 운영에 탄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순수한 시민운동으로 청년 빚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게 시민사회 인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엔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들이 협업 형태로 진행하는 주빌리은행·광주드림은행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활동이라기 보다 부채 소각 운동, 신용 회복 지원 등 복지 혹은 지원 개념으로 봐야 한다.
  
박수민 광주청년드림은행장은 “일단 청년에게 금융 상담과 교육을 시키고 불법금융 피해 구제 방법을 제시해 부채에 짓눌려 있는 청년들을 사회 안으로 복귀시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SNS 빅데이터 활용 ‘대안 신용평가’로 … 청년 빚, 지원 아닌 저리 대출 나설 때

[탐구 4] 청년 빚 해결할 대안은
금융실적 없다고 모두 6등급?
스탠퍼드대생 저리 대출 눈길
청년에게 건전 채무자될 기회를
 

김민정 크레파스 대표

청년 빚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는 크게 금융적 대안과 사회적 대안이 나온다. 시민사회는 사회적 대안 찾기에 골몰한다. 그런 한편에선 핀테크 기술의 활용으로 전통적 신용평가의 한계를 극복한 대안 신용평가를 통해 신용소외층인 청년들은 제도권 금융에서 포용해야 한다는 금융적 대안도 나오고 있다.
  
‘청년 5.5’. 핀테크를 활용한 신용등급평가체계로 청년들을 평가해 등급이 높은 청년에겐 5.5%의 이율로 돈을 빌려주는 사회적 금융을 시작한 이가 김민정(사진) 크레파스 대표다. 그는 20여 년간 전통적 신용평가체계인 FICO사의 신용등급 솔루션을 국내 금융기관들에 제공해왔다. 그러다 최근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신용소외층’ 신용평가체계를 만든 미국 렌도(Lendo)사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형 청년 신용평가체계를 만들었다. 그는 기존 금융실적이 없는 청년들에게도 새로운 신용등급체계에 따라 저리 대출을 해주는 금융적 해결을 통해 청년 빚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안 신용평가체계가 무엇인가.

“전통적 신용등급은 기존 금융실적으로만 기계적으로 평가했다. 그렇다보니 금융거래가 없는 사람들은 개인적 신뢰와 상관없이 은행 대출이 어려웠다. 대안 신용평가는 모바일과 사회네트워크시스템(SNS)환경이 발달하면서 가능해진 기술이다. SNS를 통해 축적된 개인의 빅데이터로 사회적 관계, 심리평가 등의 패턴분석이 가능해졌다. 미국 렌도사가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체계를 개발해 실제 적용해본 결과 신뢰도가 높다는 게 판명됐고, 2014년엔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세계를 바꿀 혁신기술’에 들기도 했다.”

 

선진국에선 대안 신용평가로 청년들에게 저리 대출을 해주고 있나.

“대안평가의 의미는 금융실적이 없는 청년이라고 모두 6등급으로 묶어서 저리 대출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도 각자의 신뢰도에 따라 분리해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미국도 학자금 대출 등 청년 빚이 큰 사회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통적 신용등급에 도전하는 여러 시도들을 해왔다. 한 예로 스탠퍼드 대학생들에게는 학자금 대출을 저리로 대환해주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이 회사는 ‘학생들은 다 똑같지 않은데 왜 똑같이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느냐’며 우수한 스탠퍼드대학생에게 신용등급을 따지지 않고 대출해도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같은 사회적 금융사들의 선도적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대안 평가제도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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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기관은 대안평가제도에 대해 관심이 있는가.

“국내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은행은 있다. 그러나 여러 실무부서가 얽히다보니 도입은 꺼린다. 새 신용평가제도를 통한 청년 저리 대출은 사회적 금융에서 시작해 위험하지 않음이 증명된다면 제도권 금융도 도입하게 될 거라고 본다.”

 

청년에게 저리 융자를 하는 사회적 금융의 비전이 있다고 보는가.

“대부업체의 고금리를 쓰는 20대 청년들도 10명 중 9명 이상이 돈을 갚는다. 한국 청년들은 돈을 갚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런만큼 기부나 지원이 아니라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금융실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제도권 금융으로 진입하도록 돕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금융사는 수익성이 낮아 만드는 게 쉽지 않을 듯하다.

“결국은 지역의 어른과 사회가 나서야 한다. 은행 이자 정도로 자기 돈이 좋은 곳이 쓰이기를 원하는 지역사회 어른, 동문회, 지역단체, 청년육성기관과 지원단체 등이 출자해 기금을 만들어 신협처럼 운영하는 모델을 추진 중이다. 대구 지역의 커뮤니티가 가장 많은 관심을 보여 현재 이 지역에서 파일럿 기업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노력 프레임’에 갇혀 자포자기, 학자금 빚 사회가 도와야

능력 없으면 빚지지 말고 더 노력?
사회가 조금은 따뜻하게 바라봐야
신용회복 상담도 심리치료 병행을

 

  
한영섭(사진) 내지갑연구소장은 청년유니온부터 국내 청년 빚 시민운동을 이끌어온 ‘대부’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내구제 대출’ ‘작업 대출’ 등 청년들의 이상 금융현상을 고발하고 사회적으로 해결하려는 운동뿐 아니라 청년 빚 상담과 생활경제형 금융교육을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현장을 가장 많이 아는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청년 빚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병폐와 잘못된 청년에 대한 인식이 만들어낸 문제라고 꼬집는다. 청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뀌어야 청년 빚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 빚을 양산하는 사회구조적 병폐란 무엇인가.

“원래 금융은 돈 없는 사람이 가장 비싸게 사는 유일한 상품이다. 그런데 학자금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직장에 따라 학자금이 회사에서 지원되거나 무이자 대출이 되는 청년들도 있다. 부모 배경이 약할수록 비싼 이자로 학자금을 빌려야 하고, 결국 학자금 대출에서부터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또 범법자가 되기 너무 쉽다. 범법 대출이 마구잡이로 검색되고, 정상영업을 한다는 저축은행에선 브로커가 수수료로 50~70%를 떼가는 작업 대출이 손쉽게 이루어진다.”

  

청년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란.

“청년 빚에 대해 우리 사회는 일단 욕부터 하는 경향이 있다. 능력이 없으면 빚지지 말아야 한다거나 왜 대학을 갔느냐고 따지고, 더 노력을 하라고 한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배경이 없는 청년이 대학이라도 나오지 않으면 비빌 언덕이 없다는 점에서 대학은 필수재라고 볼 수 있다. 빚을 지는 것도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다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학자금 빚은 사회가 해결해 줘야 하고, 조금은 따뜻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따뜻한 시각이 청년 빚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청년들은 금융실적이 없어 6등급이다. 현 금융체제에선 고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힘 없는 청년에게 먼저 믿음을 보이라고 하기 전에 힘 있는 쪽에서 믿어 주는 게 먼저여야 하지 않나. 또 신용불량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하고도 신용회복위원회에 한 번 다녀온 뒤 아예 포기하는 청년도 많다. 청년은 맷집이 약해 상담 시 고압적이고 기계적인 태도에 상처를 받는다. 실제 부채 카운셀링은 심리치료를 전제로 해야 하는데 우리는 어른 눈높이로 보고 훈계하려는 경향도 있다. 게다가 청년 스스로가 노력프레임에 갇혀 자신을 실패자로 단정하고 쉽게 자포자기하기도 한다. 사회제도도 대상에 대한 이해를 높인 상태에서 시행되야 한다.”

 
 

청년 빚 해결방안으로 제안하고 싶은 게 있나.

“학자금 대출만이라도 일시적으로 탕감해 주면 좋겠다. 또 마이크로 크레딧도 창업자금이 아닌 서민자립형금융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회의 여유있는 계층이 기금을 마련해 청년들이 대출하면 그만큼 보태주는 매칭형식의 ‘자산형성프로그램’등을 운영해 대출을 통해 자립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돈벌이를 위한 금융이 아닌 사람 살리기 금융에 대해 사회가 더 고민해야 한다. 현재 저축과 재테크가 주 내용인 금융교육도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금융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양선희 선임기자 sunny@joongang.co.kr

원문: https://news.joins.com/article/230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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